'김정남 암살' 한달… 北-말레이 관계 안개속으로
'김정남 암살' 한달… 北-말레이 관계 안개속으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12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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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에 인질극까지 '단교' 직전… 외교계 "협상 결과 예측 불가"

▲ 말레이 현지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18일 입수해 보도한 김정남 사진. (사진=뉴스트레이츠 타임스 캡처)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한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암살의 용의자와 독극물 등이 확인되면서 사건의 배경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나, 암살의 배경이 됐던 말레이시아와 김정남의 조국인 북한의 관계는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부터 수교해오며 ‘무비자 협정’을 체결할 만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 부총리는 “김정남의 시신을 절차를 밟아 북한에 인도할 것”이라고 발표해 양국의 별다른 충돌 없이 사건이 해결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북한이 부검 전 시신 인도를 고집하고, 말레이 측이 이를 거부한 채 부검을 강행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또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가 느닷없이 “말레이 측의 수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한층 첨예해졌다.

이후에도 말레이 측이 북한의 주장과 시신 인도 요구를 일축한 뒤 수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북한이 김정남 암살의 배후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결국 지난 20일 말레이는 평양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고, 강철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에 앞서 북한도 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를 초치했다.

특히 말레이 측이 김정남 암살의 용의자들이 평양으로 들어간 것과 김정남 살해에 신경 작용제 ‘VX’가 사용됐다는 것 등 북한을 압박하는 주요 사실들을 속속 밝혀내자 다급해진 북한은 리동일 전 유엔 주재 차석대사를 말레이로 급파하기까지 이르렀다.

당시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문제의 사망자는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며 VX라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근거가 없다”며 ‘김정남 시신을 인도해 달라’는 종전 요구를 반복하며 북한의 범행을 일체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말레이 부총리는 “북한은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들이 평양으로 도주했음에도 수사에 협조하기는커녕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발뺌했다”고 분노했다.

결국 지난 2일 말레이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2009년 북한과 맺었던 비자 면제 협정을 전격 파기했다.

아울러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한 유일한 북한 국적자인 리정철을 3일 북한으로 추방한다고 이날 밝히며, 4일에는 강철 대사까지 추방조치 했다.

북한도 이에 질세라 6일 말레이 대사를 ‘맞추방’했고, 이튿날은 북한 내 말레이 국민의 출국을 임시 금지를 명령했다.

그러자 말레이 역시 즉각 자국 내 북한국민의 출국금지를 지시하며 양국의 관계는 ‘단교’까지 언급되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말레이 나집 총리가 “북한과의 단교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말레이와 북한의 갈등이 단교 직전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말레이로선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11명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북한 입장에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고 나선 중국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어 말레이 측은 11일 수일 내에 북한과 억류자 귀환 문제 등을 놓고 공식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시신 인도와 용의자 신병 등을 둘러싼 이견이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말레이 측에 말레이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들의 귀국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을 고수 중인데, 말레이 입장에선 이 두 용의자를 조사하지 못한다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도 쉽게 결론이 나긴 힘든 부분이다.

앞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으나 신변 위협 문제로 말레이에 직접 오긴 쉽지 않은 상황이고, 말레이 경찰로서는 자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때 유족 인계 방침을 더 이상 고수하긴 부담일 수 있다.

실제로 말레이는 “시신을 필요 이상으로 보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북한과의 협상의 뜻을 내비쳐, 자국민 귀국 보장을 위해 시신 인도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 외교계에서는 “말레이는 더는 잃을 게 없다는 식으로 달려는 북한과 극단적인 대치를 계속하면 북한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라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양측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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