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박차고 떠나는 김종인
文 박차고 떠나는 김종인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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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멸직전 민주당 1당 만들었더니…文에 배신감"
개헌 명분으로 '반문 연대' 정계개편 나설 듯
민주 뺀 여야 일제히 반색…"文 독주체제 흔들자"
▲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2개월 만에 민주당을 탈당, 문재인 전 대표와 결별을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7일 "내가 (이 당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떠날 때가 돼서 떠나는 것"이라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탈당 명분으로 경제민주화 등 개혁입법 좌초에 대한 실망감을 내세웠지만, 친문계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배신감이 탈당의 진짜 이유라는 지적이다.

김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16년 1월, 문 전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궤멸 직전'의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원내 1당'이라는 기적 같은 총선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후 '친문 패권'에 밀리면서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김 전 대표는 최근까지 탈당 시위를 계속하며 문 전 대표와의 결별을 준비해왔다.

김 전 대표측 한 인사는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말이 안 통하는 강성 친문 인사들도 문제였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문 전 대표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사실상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이었다"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대단히 안타깝다"며 김 전 대표의 탈당 선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경제민주화 등 개혁입법을 포기했다는 김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는 우리가 야당이어서 정책을 주도할 수 없었다"며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꿈도 우리가 정권을 잡아서 정책을 주도할 수 있을 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경제민주화라는 정신만큼은 어떤 경우에든지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탈당한다는 김 전 대표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정면 반박인 셈이다.

문 전 대표측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애써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섣불리 감정적 대응을 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야당들은 일제히 김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김종인 탈당' 사태 키우기에 나섰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친문 패권 세력에 대한 실망과 개헌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는 시국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이기 때문에 같이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김 전 대표의 개헌, 그리고 경제민주화 등은 우리 당의 정체성과 같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심지어 김 전 대표를 '박근혜 배신자'로 비난해왔던 자유한국당에서도 연대를 희망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에서의 대통령이라면 풍부한 사회경험과 경륜, 소위 외치나 국가원수로서의 깜이 되는 사람을 국민이 찾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는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김 전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정가에서는 김 전 대표가 향후 '반문 연대'의 선봉에 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축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결국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한 '반문 연대'를 위한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대표가 이날 탈당 뒤 거취에 대해 "어느 당으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반문 연대를 기치로 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 전 대표는 탈당계를 제출하면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게 된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