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전술핵 재배치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사설] 美 전술핵 재배치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3.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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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이런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내용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백악관 상황실회의에서 안보 분야 참모진을 모아놓고 북한 핵에 대한 모든 옵션을 두 차례나 고민한 끝에 내린 해법이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달 말 공개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이런 방안이 실제로 포함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미 행정부가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달 말 공식 발표하면 이는 ‘한반도 비핵화’가 26년만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 된다.

전술핵무기가 주한미군에서 철수된 시점은 조지 부시 당시 미국대통령 때인 1991년 9월이다. 남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고 이 선언은 이듬해 2월 남북 기본합의서와 함께 발효됐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북한 도발행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류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북한 핵개발을 미국의 가장 심각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점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결정의 주된 배경이다.

이는 기존 방법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북한은 지난달 1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 개막일 다음날 신형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이튿날에 김정은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6일 동해상으로 비행거리가 1000여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4발 발사하는 등 도발행위를 지속하고 있지 않는가.

북한이 2006년 이후 최근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유효하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미국이 26년전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철수할 때와 지금 한반도 상황이 천양지차임을 우리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전술핵무기가 주한 미군에 다시 배치되려면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정책도 이제 폐기돼야 한다. 물론 비핵화 폐기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설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군(軍)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엄한 현실 앞에 정부가 이미 휴지조각이 된 비핵화 합의문만 들고 있는 모습은 비현실적 해법이 아닐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도 시급하다. 안보위기 극복에는 정파의 당리당략을 떠나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각 당 대선주자들도 전술핵무기 배치라는 당면과제에 정책 구상을 분명히 밝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제 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