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개인 부실채권 상각 후 캠코에 매각
금융공공기관 개인 부실채권 상각 후 캠코에 매각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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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회수 불가능 채권 과감히 정리해야"
 

금융당국이 회수 가능성이 없는 금융공공기관 개인 부실채권을 상각해 캠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6일 회수 불가능한 금융 공공기관 보유 부실채권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 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등 6개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개인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4조9000억원 수준이다. 관련 채무자는 71만8000명에 이른다.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가계 부실채권이 4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은행은 보통 연체한 지 1년 정도가 지나면 채권을 상각(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하는 것) 처리하지만, 금융 공공기관은 연체 채권을 상각하지 않고 3∼10년간 보유한다는 점이다. 소멸시효를 연장해 최대 15년까지 들고 있기도 한다.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전체 부실채권 대비 상각 채권 비중은 45%로 은행권의 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여러 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이 민간 금융기관에선 채권이 상각돼 최대 60%의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데 금융 공공기관에선 원금 감면 혜택을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나타났다.

금융 공공기관 채무 상환에 허덕이다 원금을 감면받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출 상환마저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서민금융'을 표방하는 금융 공공기관들이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오래 보유해 오히려 연체 채무자의 재기를 어렵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 공공기관별로 다른 부실채권 관리 제도를 정비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 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제도개선 방안' 추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부실채권은 오래 보유할 것이 아니라 신속히 조정하고 정리해야 할 대상"이라며 "상환 능력과 재산이 있어 회수 가능한 채권은 신속히 회수하고 회수 불가능한 채권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금융 공공기관 부실채권 상각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회수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적기에 상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회수 실익이 없을 경우 상각한다' 등 상각 기준이 주관적인데, 여기에 '채권매입 후 1년 이상 경과' 등 구체적 기준을 추가한다.

상각한 채권은 캠코에 매각하고, 이를 캠코가 한꺼번에 관리한다.

금융 공공기관은 채권자에게 채무조정 제도를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온라인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취약계층의 소액채무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채무조정 기관을 단축하고 제출 서류도 간소화한다.

사고·실직으로 원금상환이 어려워진 채무자의 원금상환은 최장 2년간 유예해준다. 유예기간 중에는 이자를 면제해 준다.

지금은 연체 채무자가 '비용→원금→이자'순으로 돈을 갚아 나가야 하지만 이자가 계속 발생하는 원금부터 변제하도록 하도록 순서를 바꿔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채무가 200만원 이하이거나 채무자가 70세 이상인 경우 소멸시효 연장을 신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울러 적극적인 채무조정 업무를 하거나 채무자 보호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 절차상 하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직원을 면책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 공공기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는 채무조정 성과와 부실채권 정리실적이 반영된다.

금융위는 금융 공공기관 통합 부실채권 통계시스템을 올해 연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올해 하반기 중 상각 채권 1차 매각에 나선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