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G2 싸움에 ‘넛 크래커’ 된 한국
中-美 G2 싸움에 ‘넛 크래커’ 된 한국
  • 김민구 기자
  • 승인 2017.03.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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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도 넘은 무역규제…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까지
美 연준 기준금리 인상 정책도 한국경제 타격 불가피

한국이 세계 양대 강대국(G2)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기구) 신세로 전락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공백상태를 틈타 중국과 미국이 약속이나 한 듯 한국을 협공해 한국은 넛 크래커 속에 낀 호두처럼 부서질 처지에 놓인 것이다.

▲ 5일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 앞 환전소에서 캐리어를 들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연합뉴스
◇도를 넘은 중국의 ‘사드’ 보복

지난해 7월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보이지 않게 비관세 장벽을 쌓아오던 중국은 최근 혼란에 빠진 한국에 기다렸다는 듯이 전방위적인 무역규제를 쏟아 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정부의 한국행 여행 규제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격인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관광상품 판매 전면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번 조치로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 50~60%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806만명) 기준으로 절반이 넘는 400만~500만명이 한국에 안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전체 관광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관광객 급감은 국내 여행업계는 물론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유통업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화장품, 공기청정기 등 제조 분야뿐 아니라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방중 공연 취소 등 문화 분야까지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시카고 경영자클럽의 오찬 행사에서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보호무역주의 강화하는 ‘트럼피즘’

‘트럼피즘’(Trumpism)으로 상징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대목이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체결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미FTA로 미국의 대한(對韓)무역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미국 통상정책 주무부처 ‘ 무역대표부(USTR)’의 '2016 연례보고서' 내용만 봐도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무역정책을 점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정책도 한국경제를 또다시 뒤흔들 전망이다.

연준이 오는 15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 한국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재출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국내 수출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우리 기업들이 부가 가치를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이재출 전무는 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미국 무역적자와 관계없이 한국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용어) 넛 크래커(nut cracker): 호두를 양쪽으로 눌러 까는 기구로 두 나라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을 뜻한다.

[신아일보] 김민구 기자 gentlemin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