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정유라 지원 소극' 승마협회 회장사 한화서 삼성으로 바꿔
崔, '정유라 지원 소극' 승마협회 회장사 한화서 삼성으로 바꿔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3.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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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朴-이재용 독대가 '부당거래' 시발점 결론
▲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최순실 씨가 한화가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추진 과정은 최경희(55) 전 총장에게 모든 보고가 들어갔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최씨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어 향후 공판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 이재용 경영권 승계고민 해결해줬나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게이트' 조사과정에서 최씨가 2014년 9월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에서 삼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밝혀냈다.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고 있던 시기여서 최씨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삼성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하려 했다는게 특검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대구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 부회장을 독대하고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이를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이뤄진 '부당거래'의 시발점으로 봤다. 이후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게 특검의 결론이다.

특검은 또 지난해 2월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정유라를 지원해줘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 대통령이 정유라를 직접 거명한 것 자체가 최씨와 금전 수수를 모의한 유력한 정황이라는 게 특검 판단이다.

◇ 정유라 말, 빌려준 게 아니라 '준 것'

또한 특검은 삼성 측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이 '회사 자산'을 빌려준 게 아니라 사준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15년 8월 최씨는 자신의 독일 법인인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를 통해 삼성전자와 약 213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산으로 말을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삼성전자가 산 말을 정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냥 '준 것'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최씨는 그해 10월 7억원대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를 샀는데, 말 여권상 소유주가 삼성전자로 표시됐는 것을 보고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재용이 VIP를 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며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화를 냈다.

또 "삼성도 합치도록 도와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다"며 승마협회장이던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을 독일로 불러들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전해 들은 박 전 사장은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드리겠다"며 사과했고 이후 여권상 말 주인으로는 매도인 등의 이름이 쓰였다.

◇ 이화여대 입학과정 총장에게 모두 보고돼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하기 까지 전 과정은 최 전 총장에게 모든 보고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의 이대 입학 청탁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경숙(62) 전 건강과학대학장을 거쳐 남궁 전 처장에게 전달됐다.

또 남궁 전 처장은 최 전 총장에게 보고했고 그는 "정유라를 뽑아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나는 오늘 보고 들은 바가 없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궁 전 처장은 최 전 총장의 지시가 내려온 후 '특이사항 보고' 문서를 만들어 정씨의 입학 진행 경과를 보고했다.

문서에는 '2015년 수시 입시 지원 정유연(청담고 3) 양 관련 건'이란 제목으로 향후 조치사항을 내락받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결국 면접평가 최고점을 받으면서 6명을 선발하는 전형에 6등으로 합격했다.

특검팀은 최씨와 최 전 총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남궁 전 차장은 첫 공판 준비절차에서 "정씨를 특혜 입학시키기로 최순실씨,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교수(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과 공모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경숙 전 학장 측도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순실씨, 정씨,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공모하지 않았고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게 (정씨의 학사 특혜를) 부탁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