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라" vs "막아라" 日-글로벌업체 '도시바 반도체' 눈치싸움
"잡아라" vs "막아라" 日-글로벌업체 '도시바 반도체' 눈치싸움
  • 신민우 기자
  • 승인 2017.03.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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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규모 최대 25조 이를 듯
日 내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 나와
▲(사진=도시바 홈페이지 캡쳐)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을 둘러싸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사업 지분이 100% 매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고, 일본 내에서는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미국 원전사업에 실패한 도시바는 애초에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분사, 20% 미만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본 잠식이 심각해지면서 지분 100%,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는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매각금액이 2조5000억엔(약 25조 16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글로벌 업체들이 앞 다퉈 지분매각 입찰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대만 폭스콘이 적극적이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1일 중국 광저우에서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도시바 입찰에) 매우 자신 있고 진지하다”며 “분명히 입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소식에 미국 애플, MS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다.

SK하이닉스로서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낸드플래시 기술을 끌어올려 시장 1위에 이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하지만 25조원이란 막대한 금액을 단독입찰하기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폭스콘과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분 인수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반도체 매각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도시바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낸드플래시 제조기술을 가진 만큼 외국에 매각될 경우 기술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카키 바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도시바의 반도체는 일본 핵심 기술이며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과 인재가 국외로 유출되는 문제는 국가와 산업계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 간부 역시 매각 주체에 대해 “펀드라면 불평은 없다”면서도 “중국에 전매되면 곤란하다”고 반응하는 등 도시바 내부적으로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현금이 풍부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인수 후보자 이름에 거론되지만 이들이 최종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도시바 타 사업 부진이 매각 이유이기는 하지만 낸드 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업계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아일보] 신민우 기자 ronofsm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