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현 정권 '전화 도청' 공방… 트럼프의 오바마 견제?
미국 전·현 정권 '전화 도청' 공방… 트럼프의 오바마 견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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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가 내전화 도청" vs 오바마 "어떤 대통령도 명령 못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 측은 그런일이 없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서로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미국 전·현 정권이 '도청 공방'으로 정면 충돌한 모습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제약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오짓 거짓말쟁이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며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은 어떤 백악관 관리도 법무부에 의한 어떤 독립적 수사에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러한 관행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나 어떤 백악관 관리도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 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매카시즘!"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대선 후보를 도청하는 것이 합법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인 지난 10월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좋은 변호사가 제대로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신성한 선거 과정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면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감이다. 나쁜 사람!"이라고 썼다.

다만 트럼프는 '폭풍 트윗'을 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의 이번 '도청 주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남아있는 그의 인맥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현정부 안보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낙마하고 최측근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마저 야당의 사퇴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