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美 금리인상 가능성…한미 금리 역전 우려↑
커지는 美 금리인상 가능성…한미 금리 역전 우려↑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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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본 유출 위험에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제시
▲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자료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융시장의 장단기 금리를 비롯해 각종 금리가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하고 있어도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각종 금리가 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월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9%로 작년 12월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8월부터 5개월째 상승했고 2015년 2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으로 국내 경제가 받을 충격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최대 위험은 1344조원에 달한 가계부채다.

국민 1인당 평균 2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취약차주의 고통이 커지고 소비 회복도 지연된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취약차주는 작년 9월 말 현재 146만명이고 이들이 받은 대출금은 약 7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소득 하위 30%)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2015년 158만3000가구에서 작년 181만5000가구로 14.7%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인상으로 받을 타격은 기업과 자영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이 2015년 기준 4252개, 만성적 한계기업은 2804개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남윤미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음식·숙박업의 평균 생존 기간이 3.1년에 불과할 만큼 취약한 상태이고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 위험이 7∼10.6%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위험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한은 기준금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아직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등의 안전판이 있어 자금유출의 우려가 크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0.5∼0.75%인 미국 정책금리가 앞으로 0.25%포인트씩 2번만 오르면 1.00∼1.25%로 높아져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 된다.

올해 말까지 3번 인상된다면 1.25∼1.50%로 상승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3월 인상에 나설 경우 올해 금리 인상은 2회가 아니라 3월과 6월, 12월 등 3회 인상이 기본 시나리오가 되고 올해 말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이 발생했을 때처럼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채권 투자자금을 중심으로 순 유출이 발생하고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충격이 발생한다면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한계가구의 충격 등은 정책당국의 미시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충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2%)를 넘어서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금리 인상 논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