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사 대상일 때 검찰 수뇌부와 '수상한 통화'
우병우, 수사 대상일 때 검찰 수뇌부와 '수상한 통화'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3.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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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국장과 '석달간 1000회 통화' 논란
김수남 총장 등과도 통화… 수사상황 파악 의혹
검찰, 우 전 수석 통화조회 안해 '소극적' 비판도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우병우 전 대통령 민성수서비서관이 검찰 수사대상이 된 후에도 법무부 핵심 고위간부 등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 전 수석이 수사 상황을 파악하거나 수사팀에 압력을 넣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건을 맡았던 검찰로서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하게 됐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아들 의경보직 특혜 의혹,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의혹 등으로 작년 여름 수사 선상에 오른 후에 안태근(51·연수원 20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수시로 연락한 것으로 파악했다.

작년 8월 18일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직권남용, 횡령,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우 전 수석을 수사 의뢰했는데 그 이후에도 우 전 수석과 안 국장이 매우 자주 연락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과, 형사기획과, 공안기획과, 국제형사과, 형사법제과 등 5개 과로 이뤄진 핵심 부서다.

검찰의 인사·예산 및 법령 입안과 국제 공조를 담당하고 검찰 사건 수사를 지휘·관장한다. 책임자인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의 최고 요직으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 전 감찰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작년 8월 25∼28일을 포함해 같은 해 7∼10월 우 전 수석 및 윤장석(47·25기) 대통령 민정비서관과 1000 차례 이상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안 국장은 작년 10월 17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의 수사와 관련해 민정수석실과 연락하느냐는 물음에 "수사의 공정성이나 중립성과 관련된 어떠한 의사 교류가 없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수사 내용 관련 등 문제가 될 만한 통화는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민정수석이 검찰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간부에게 하루 평균 10차례 넘게 연락한 것만 해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안 국장은 검찰국장이 민정수석실과 통화하는 것이 통상 업무이며,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법무부를 통해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우 전 수석은 지난해 7~10월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 등과도 수회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8월16일에는 MBC가 이석수 전 감찰관 기밀 누설 의혹을 보도하자 우 전 수석이 당일 MBC 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같은 날 김 총장과도 통화했다고 한다.

이에 수사 대상이던 우 전 수석이 이들과의 통화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수사 상황을 파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팀 역시 이를 의심하고 통화 내역 등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을 조사하면서 이 시기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조차 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된다.

당시 수사팀 대변인이었던 이헌상 수원지검 차장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검은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의 통화가 당시 국제행사 해외출장 문제나 행정사항, 검찰 관련 법안 정비 등에 관한 것이며 수사와 관련한 대화를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