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금융공격에 토종 금융사 ‘샌드위치’
중·일 금융공격에 토종 금융사 ‘샌드위치’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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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보호가 국내 금융사 경쟁력 약화시켜”

한국 경제가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과 불안한 대외 경제 환경, 국내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도 중국과 일본의 금융자본에게 협공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저축성보험 판매 강화를 통해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생보업계 인사들은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이나 알리안츠생명에게 저축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게 한 이유는 규모를 키우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합치면 국내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서지만 아직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에 비하면 작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전에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앞세워 무서운 기세로 국내 보험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국내 생보사들의 중국 공략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의 생보사인 삼성생명은 지난 2005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국내와는 다른 중국의 영업환경 때문에 고전했다. 지금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중국법인인 중은삼성은 중국 보험판매시장의 특성에 따라 방카슈랑스에 집중하다 보니 영업이익은 늘렸지만 순이익은 적자를 내고 있다.

이것은 한화생명도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2년 국제무역그룹과 지분 50 대 50으로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 법인을 세웠다. 이 법인의 실질적 경영을 한화생명이 맡고 있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510억2900만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업은 원래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업은 규제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생명은 저장성 최초 진출 후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장쑤성에 진출했다”고 설명하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보험업 특성 상 향후 몇 년 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국내 생보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보험설계사들이 영업활동의 중심인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상당히 많은 보험 가입이 은행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문제도 국내 생보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불거져 나온 사드 문제도 국내 생보사들의 부담 요인이다. 국내 생보사들이 이렇게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동안 중국 안방보험은 국내에서 보험사를 2개 인수하고 우리은행 인수까지 검토했었다.

이렇게 거대한 중국 보험사가 국내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일본계 자본은 조용히 우리 서민금융 시장을 잠식했다. 일본계 자본이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곳이 저축은행 업계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외국계 저축은행은 SBI, HK, JT친애, JT, OSB, 페퍼, 유안타까지 모두 7곳이다.

외국계 저축은행은 불과 7곳이지만 전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외국계 저축은행 7곳의 자산 규모는 12조7037억원이고 이것은 저축은행 업권 전체 자산 49조9000억원의 25.5%다.

이 중 특히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힘이 막강하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 JT친애, JT, OSB저축은행 등 4곳의 자산 합계는 9조1479억원이다. 외국계 저축은행 7곳 전체 자산규모에서 7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들이 강한 이유는 △ 한국과 일본이 인접 국가인 관계로 한국의 경제적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 △ 일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 △ 일본에서 저축은행업을 오래해서 높은 수준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이렇게 국내 금융사들이 중국과 일본 금융사들의 협공으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금융권 인사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국내 금융사들이 중국과 일본 금융사들에게서 국내 시장을 지키려면 금융당국이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금융 감독 규제와 보호가 지나쳐서 국내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키우려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금융 감독이 보호 위주로 돼 있어 국내 금융사들이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