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북한국적 용의자 리정철 내일 추방
말레이, 북한국적 용의자 리정철 내일 추방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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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 “증거 못찾아”… 북한 배후설 규명 타격 불가피

▲ 경찰서로 연행되는 리정철.(사진=우투산 멜라유 베르하드/연합뉴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암살 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47)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추방하기로 했다.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을 구속 기간이 끝나는 3일 석방한 뒤 추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암살사건에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은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 경찰은 지난달 17일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을 도왔다는 정황을 포착해 체포했다.

당시 공항 CCTV에는 달아난 4명의 용의자가 리정철의 차량을 이용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지만 리정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사라졌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5) 등 살인혐의로 기소된 2명의 외국인 여성 용의자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이들이 사용한 VX의 제조 또는 반입에 관여했는지를 추궁했으나 리정철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결국 경찰은 2주간의 구금기간에 그의 구체적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한 채 그를 풀어줘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말레이 경찰은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취업 했던 그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추방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VX라는 맹독성 독극물이 동원된 김정남 암살사건에 북한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번 사건의 주요 용의자 또는 연루자로 지목된 8명의 북한 국적자 중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4명이 사건 당일 출국해 이미 평양으로 도피했다.

또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리지우(일명 제임스, 30) 등은 아직 신병확보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현광성은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 신분으로 사실상 말레이 당국이 조사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말레이 경찰은 외교부를 통해 북한대사관에 현광성 등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 협조를 공식 요청했지만 북한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남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 등 외국인 여성 용의자 2명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숨졌다. 말레이 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