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발행 사상 최대…지난해 9조원 어치 발행
상품권 발행 사상 최대…지난해 9조원 어치 발행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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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 16% 증가

▲ 현대백화점의 올해 설 상품권 패키지.(자료사진=현대백화점)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권 규모가 9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품권 시장이 커짐에 따라 돈세탁 등 부정한 거래에 상품권이 이용되는 일이 없게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들의 백화점 상품권 구매가 대폭 늘어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상품권이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폐공사가 찍어 낸 유통사·정유사·전통시장 등의 상품권 발행규모는 9조552억원이다. 전년(8조355억원)에 비해 1조197억원(12.7%)늘었다.

조폐공사는 국내에서 유통 중인 전체 상품권의 90% 이상을 발행하고 있다. 상품권 발행규모가 9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며 2011년 4조7800억원에서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상품권 발행규모는 2012년 6조2200억원으로 연간 30% 늘더니 2013년에도 8조2700억원으로 33% 증가했다. 2014년엔 6조원대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10만원권 이상 고액상품권 발행액은 지난해 5조2083억원으로 전체의 57.5%였다. 특히 액면가가 50만원 이상인 고액의 유통사 상품권 발행액은 1조3570억원이다. 이는 전년에 비해 16% 늘어난 것이다.

유통사의 10만원권 상품권 발행액도 3조5500억원에서 3조7300억원으로 5% 늘어났다.

백화점 등 유통사 입장에서 상품권 발행은 신규 매출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중요하다. 사용되지 않아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

상품권 활용처가 계속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상품권을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됐고, 상품권은 액면가에 비해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다만 경제 불황기에 상품권 발행 증가는 지하경제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상품권은 본래 정부 부처 인가를 받아야만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9년 상품권법 폐지 이후에는 1만원권 이상 상품권 발행 시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금융당국 감독이 사실상 없다.

액면가로 따져 연간 9조원 이상의 상품권이 시중에 풀려도 한국은행의 통화량 산정에서는 빠진다.

현금과 비슷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에서 쓰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리베이트나 뇌물, 기업 비자금 조성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개월 동안(지난해 4분기) 법인카드로 구입한 백화점 상품권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하자, 기업이 법인카드를 접대 등 결제에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상품권을 대거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합(경실련)같은 시민단체에서는 상품권법 입법 청원을 준비 중이다.

경실련 측은 기업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고 경비처리를 한 다음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품권의 사용 시점과 사용처가 명확할 때만 경비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