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어려워 보험 해지…가입자들 한해 5조원 날린다
생활 어려워 보험 해지…가입자들 한해 5조원 날린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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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담보 대출도 늘어

▲ 박용진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원금 손실을 입으면서도 보험을 해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은 중도 해지하면 손해를 보므로 해지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임에도 어려운 살림살이와 빚 부담 때문에 보험을 깨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중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소비자가 원금손실을 입은 금액(납입 보험료-해지 환급금)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더해 3조8903억원이었다.

연간으로는 보험 계약자들이 4조8000억원∼4조9000억원 정도의 원금손실을 감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 중도해지 때문에 생기는 소비자 원금손실 규모는 2012년 4조9982억원에서 2013년 4조4029억원, 2014년 4조1928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2015년 4조8579억원으로 1년 새 16% 늘어난 다음 다시 늘고 있다.

소비자가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원금손실을 입은 금액은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5년간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이 13조4000억원, 손해보험이 2조2000억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가입자들이 손해를 입으면서도 보험을 해지하는 이유를 보험가입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빚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보험 약관 대출을 받거나 중도 인출을 하는 것을 넘어 손해를 감수하고도 보험을 해지하는 현상은 서민 경제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가계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잔액은 53조6661억원으로 1년 새 2조1743억원(4.2%)늘었다.

약관대출은 복잡한 대출심사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는 편이다. 다만 대출 금리가 최소 4.0%에서 최대 9.22%(올해 2월 공시 기준)로 은행에 비해 높다.

보험사 대출은 약관대출이 절반이며, 주택담보대출이 43%, 신용대출은 7% 정도다.

반면 보험계약이 늘고 있어 해지 환급금 증가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임태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해지 환급금 지급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이를 두고 경기 불황으로 보험료 납부에 부담을 느낀 계약자의 보험 해지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내고 혜택을 봐야 할 때에 손해를 입는 일이 없게 금융당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 의원은 “보험사들이 매년 해지 환급금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환급 체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