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20년' 보다 심각…소비 '꽁꽁' 얼었다
일본 '잃어버린 20년' 보다 심각…소비 '꽁꽁' 얼었다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3.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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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출 감소 일본과 '닮은꼴'…'최저가'만 몰려

소비 위축이 장기화 되면서 전반적인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장기불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 보다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 평균소비성향 일본 불황때 보다 더 낮아

1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진 71.1%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의 평균소비성향이 최악이었던 1998년(71.2%) 당시보다 더 낮은 수치이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구소득 중 세금, 연금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해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일본보다 낮아졌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소비성향은 71.5%, 일본은 7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4분기 69.7%로, 처음으로 60%대로 내려갔다.

소비 부진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 정체 또는 감소도 일본과 닮아 있다.

국내 백화점 매출은 2012년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백화점들의 1월 매출은 설 효과 등으로 소폭 증가해 소비 회복 기대를 불렀다.

하지만 뚜렷한 '특수'가 없었던 지난달에는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백화점의 경우도 전체 매출이 1997년 9조2000억엔에서 무려 16년 동안 내리 하락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34%나 줄어든 6조1000억엔까지 추락했다.

◇ 50대 소비지출 최악 수준…'최저가'에만 몰려

실제로 백화점·아울렛 등에 입점해 있는 한 여성복 브랜드의 경우 주력 상품은 60만~70만원대 여성 정장류인데, 지난해 매출이 2015년보다 5%나 줄었다.

주요 고객층인 40~50대 여성들이 최근 수년째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고용 등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만큼 현재를 즐기는 소비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월 50대 가구주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96으로 2009년 4월(96) 이후 7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 위축이 '소비 절벽'으로 악화되다 보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쫓아 '웬만한 가격대의 좋은 제품'을 고르던 단계조차 지났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소비자 대부분이 같은 상품군의 '최저가'에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비 경향은 대형 할인 마트에서도 뚜렷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진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30~80% 싸게 파는 '알뜰 구매 코너'를 찾는 손님이 예년보다 20~30% 정도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