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 소비가 ‘총체적 난국’이다
[사설] 내수 소비가 ‘총체적 난국’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2.2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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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가계의 내수 소비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월 평균 34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감소폭이 지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다.

경조사비의 비중이 높은 가구 간 이전 지출은 20만3000원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는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내구재인 휴대전화 등 통신장비 지출은 15.2% 급감했고, 자동차 구입도 4.5% 줄었다. 웬만해서는 줄지 않는 학원비 등 교육지출도 0.4% 줄어 2년 연속 감소했고, 오락·문화 지출도 0.2% 축소됐다.

내수 소비 부진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가계의 소득 감소로 연결돼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올해 내수가 우려된다”면서 “소비가 특히 부진하다”고 지적했고 기획재정부도 수출 회복에도 불구, 내수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수활성화 대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이 매달 금요일 중 하루를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정해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쇼핑과 외식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베낀 것이다.

그러나 정시 퇴근도 힘든 게 현실인데, 전형적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구직급여 상한액 인상, 저소득층 자활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 요건 완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내수활성화보다 사회복지 혹은 기업지원책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절반에 가깝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백화점식’ 대책, ‘맹탕’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수를 옥죄는 주범 중 하나인 김영란법 시행령상의 식사비와 선물비, 경조사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항은 그대로 둔 채 피해 업종 지원방안만 내놓아,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만원-5만원-10만원 조항 개정은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도 여러 차례 요청한 사안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몽니’를 넘지 못했다.

내수활성화 대책에는 또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은 정책도 상당수 포함됐다. 반면 기대됐던 5월 2·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국내 여행수요를 진작하는 방안이나 지난해 시행해 효과를 봤던 대규모 세일행사 등은 빠졌다.

총체적 난국 상황인데도 부처마다 ‘엇박자’가 나고, 경제수장의 리더십은 실종됐다.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만 다급하고 다른 장관들은 모두 한가하다. 황교안 대행은 ‘대통령 코스프레’에 골몰, 경제수장들을 적극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인가. 탄핵정국이 막바지로 치닫고 촛불 시민들과 애국기 세력이 극한 대결을 벌이는데, 소비심리가 살아날 리 없다.

그런데 정부마저 이 모양, 이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