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대출 1년만에 증가세 전환…지난달 2조원↑
대기업대출 1년만에 증가세 전환…지난달 2조원↑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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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계·중소기업 대출 증가 속에서도 13조원 감소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증가 속에서도 홀로 감소세를 보였던 대기업 대출이 지난달 1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79조8525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1655억원이 늘어났다.

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이 전월보다 증가한 건 2016년 1월 이후 1년 만이다.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월 말 92조9871억원에서 작년 말 77조6870억원으로 13조7304억원 줄었다. 지난해 은행 대출 가운데 감소한 건 대기업 대출이 유일하다.

가계대출은 작년 1월 말부터 그해 말까지 11개월 동안 38조7144억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27조8476억원, 자영업자 대출은 16조2632억원 늘었다. 신용대출(6조3941억원)과 중소기업대출 (5조182억원)도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 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넘게 줄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한 2014년 8월 이후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실질적으로 줄어든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계속되는 데다가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에 대한 본격적인 리스크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5%로 잡으며 가계대출을 깐깐하게 실행하고 있다.

먹거리가 부족해진 은행들은 이에 따라 대기업 대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등 대부분의 여신이 급증한 가운데 대기업 대출만 큰 폭으로 줄어 대기업 여신을 확대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릴 수 없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대기업 여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대기업 여신을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추세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