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모제로 키운 60년, 광역학치료로 미래 이끌겠다”
“염모제로 키운 60년, 광역학치료로 미래 이끌겠다”
  • 문정원·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2.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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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초대석] 동성제약 이양구 대표

 · 새치→멋내기 염색, 드럭스토어 젊은층 사로잡아
 · 빛으로 암 제거…췌장·담도암 임상 올해 종료 예정

▲ 이양구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회사의 미래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문정원 기자)
동성제약 이양구(56·사진) 대표의 사무실은 언제나 가장 늦게 불이 꺼진다. 임직원 대부분이 퇴근한 시간에도 이 대표의 사무실은 온기가 가득하다. 회사와 관련된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꼼꼼히 챙기는 탓에 업무는 늘 직원들보다 늦게 마무리된다. 신입사원 교육까지 직접 나서는 이 열혈 대표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동성제약은 창립자이자 이 대표의 선친인 고(故) 송음 이선규 회장이 양귀비, 훼미닌 등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염모제 역사를 써 온 회사다. 이 대표는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동성제약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2017년, 새로운 도약점에 서있다. 이 대표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동성제약 접견실에서 만나 60년 동안의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설계하고 있는 비전 등을 들어봤다.

- 올해로 동성제약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 선친(고(故) 송음 이선규 회장)이 다져준 회사를 물려받아 200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나름대로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안전성 있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두려움도 늘 공존했다. 역사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는 점은 아쉽다. 더 성장시켜 확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신약개발연구소를 짓고 있다. 제약회사에 걸맞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하자는 취지다. 앞으로 길면 30년 정도 더 이끌어가야 하는데 무엇보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 동성제약을 대표하는 제품은 단연 염모제(염색약)라고 본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 몇 년 전만 해도 염모제는 새치머리에 한정했다. 당시엔 약국이 주요 유통망이었는데 약국은 전문약 조제료에 의존하다보니 매출이 해마다 급감했다. 이후 유통채널이 대형마트, 홈쇼핑 등으로 옮겨갔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화장품 대기업들은 판매원이 상주해 있고 1+1(원플러스원) 등의 할인을 진행한다. 반면 우리는 약국 판매 제품이다 보니 마트에 들어가더라도 할인 적용이 쉽지 않아 경쟁에 한계가 있었다. 홈쇼핑의 경우 매출 볼륨은 올라가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 ‘드럭스토어’(일반의약품은 물론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다. 제품도 새치머리가 아닌 멋내기용 염모제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했다.

- 드럭스토어 진출로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CJ올리브영을 통해 출시된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의 경우 올 1월 실적만 집계한 결과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량이 8만1000개 정도다. 우리로서는 없던 시장이 형성된 것은 물론 주력 유통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도 새치머리 보다 멋내기용 염모제가 강세가 되는 흐름이다. 신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드럭스토어 별로 차별화된 독점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 최근 중국 유통회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는 없나. 

△ 인터내셔널 브랜드 전문 유통 회사인 북경창의생할경무유한책임공사(이하 액티브라이프)와 계약을 통해 올해 염모제, 헤어케어 24개 품목을 중국 주요 도시 백화점 유통망 600개점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액티브라이프를 통해 현지 상황을 들어보면, 처음부터 정식 절차를 거쳐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오히려 '보따리상'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화장품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동성제약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 화장품 유통시장이 브랜드숍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이를 제외한 회사들은 홈쇼핑, 온라인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헤어스파 자연체감' 프랜차이즈를 통해 화장품을 유통·판매하며 우리만의 브랜드숍 개념을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유통채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발굴해 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점포수가 300곳 정도까지 확대되면 화장품부문의 성장도 기대된다. 

- 동성제약의 미래 먹거리가 될 '광역학치료' 분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상용화는 언제쯤으로 전망하나.

△ 광역학치료(PDT, Photodynamic Therapy)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정맥에 주사해 암세포에 축적되면 적색광을 조사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시키는 치료법이다. 유럽에서는 피부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에 광역학치료가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치료법을 췌장암과 담도암에 적용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도현 교수의 주도아래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절반가량 마무리돼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맥에 주사하는 광과민제 '포토론'은 수입제품이지만 임상이 성공할 경우 췌장암과 담도암에 대한 세계판권은 동성제약이 갖게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시경 필요 없이 초음파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음향역학치료(SDT, Sono Dynamic Therapy)도 연구 중이다. 대구에 완공될 신약개발연구소에서는 음향역학치료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 매년 '세븐에이트데이'를 통해 염색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인가.

△ 염모제로 회사가 성장하게 된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기부를 하거나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능하면 직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염색봉사단을 만들게 돼 현재 6개팀이 도봉구, 노원구, 송파구 등의 구청, 복지관을 다니며 어르신들 염색봉사를 하고 있다. 외모가 젊어야 마음도 젊어지는 것 아니겠나. 염색봉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인터뷰 : 김재홍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리 : 문정원·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