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부 “김정남 ‘VX 중독사’ 공식 확인”
말레이 정부 “김정남 ‘VX 중독사’ 공식 확인”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2.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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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결과, 화학국분석일치… 신경작용제가 심각한 마비 일으켜”
▲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사 보건장관.(사진=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암살 당한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 중독이라고 밝혔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 보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신경 작용제가 매우 심각한 마비를 일으켜 피해자를 아주 짧은 시간 내 사망케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 작용제 VX에 고용량으로 노출될 경우 피해자가 매우 빨리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이런 부검 결과는 김정남 시신에서 VX가 발견됐다는 말레이 과학기술혁신부 화학국의 보고서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 당국은 이날 화생방 장비로 중무장한 요원들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투입해 VX 잔류 독소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대대적 수색과 제독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의료진이나 승객들이 VX에 노출된 다른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얼굴에 액체 공격을 받은 뒤 고통을 호소하다가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말레이 화학국이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VX로 불리는 ‘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가 사망자의 눈 점막과 얼굴에서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24일 제출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중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이 독가스는 특별한 냄새와 맛이 없지만 호흡기, 직접 섭취,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이 가스는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해 생산·보유·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