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김영란법 몽니’에 ‘맹탕’ 된 내수활성화 대책
권익위 ‘김영란법 몽니’에 ‘맹탕’ 된 내수활성화 대책
  • 윤광원 기자
  • 승인 2017.02.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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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행·유 부총리 요청도 무시…전문가들 “개정 시급”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으나, 소비를 위축시킨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은 그대로여서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매월 금요일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조기 퇴근을 유도하고, 고속철도(KTX)를 조기 예약하면 운임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며,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내수활성화 대책을 2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내수를 옥죄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김영란법 시행령상의 식사비와 선물비, 경조사비를 각각 3만원과 5만원,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고치지 않고 피해 업종 지원방안만 내놓아,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 부처는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여러 차례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완강하게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주무 부처 국민권익위원회의 '몽니'를 극복하지 못했다.
 
내수활성화 대책 브리핑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김영란법 대책은 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범답안을 마련하려고 했다""경제·사회적인 면을 모두 고려한 대책을 내부 논의 중이며,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3·5·10만원의 기준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면서도 "5년 반에 걸쳐 격론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법인데, 어떤 정도의 소비 위축 효과가 있는지 최소한의 검증도 안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올바른 정착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외식업 전반에도 김영란법 시행 여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분기 일반음식점의 생산지수가 91.7로 전년대비 4.9% 하락했고, 같은 기간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자도 3.1% 감소했다는 것.
 
그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 소비 전반이 크게 위축됐고 화훼 거래금액, 신선식품 선물세트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농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농·어가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등, 김영란법 시행 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에서 각각 3만원과 5만원으로 제한하는 식사비와 선물비를 10만원씩으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에서 청렴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배제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공직사회에선 특히 경조사비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정한 것에도 불만이 많다.
 
한 공무원은 "과거에는 애경사시 부조금으로 5만원만 하면 됐는데 김영란법에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정해 놓으니 10만원씩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조사문화의 허례허식과 '거품'을 빼기 위해서라도 상한선을 5만원으로 낮춰 5·10·5만원으로 시행령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아일보] 윤광원 기자 gwyoun17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