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앞두고 권력나눠먹기 개헌놀음
조기대선 앞두고 권력나눠먹기 개헌놀음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2.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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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민·바른 3당, 대권 힘들자 ‘판 흔들기’
문재인도 유불리 따라 개헌 말바꾸기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3당이 개헌안 띄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3당의 개헌 드라이브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대권 후보들이 독식하고 있는 차기 대권 구도 자체를 흔들어보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개헌 빅텐트'에 열을 쏟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대선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두 달 남짓이다.

두 달 안에 여야합의로 헌법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고, 국민투표까지 마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 

한국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은 당내 헌법개정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17일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개헌안 초안으로 제시했다. 바른정당은 다수 의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3당은 이처럼 대통령을 의전용으로 강등하고, 의회 주요정파가 권력을 나눠먹는 '분권형 개헌'에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깨부수기 위해서라도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택받는 대통령 선거에서 자력으로 당선되기 어려운 주요 정파 맹주들이 권력을 나눠먹자는 것이 실제 그들의 속내다.     

하지만 3당이 단일 개헌안을 도출해 내는 것도 버거워보인다. 국민의당의 대주주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대선 전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고, 바른정당의 호스트 유승민 의원 역시 개헌에 소극적이다. 

굳이 개헌을 해야 한다면 분권형 개헌이 아닌 대통령중임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게 유 의원의 입장이다.

설령 두 사람의 반대를 뚫고 3당이 단일 개헌안 도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합의가 필수다.

개헌안 발의 정족수는 국회 재적 과반인 150명으로, 한국(94명), 국민(39명), 바른(32명) 3당 의원 전원을 합하면 165명으로 개헌안 발의는 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헌안이 발의된다고 하더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3분의 2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의당 6명, 무소속 7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을 가정 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최소 22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개헌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친문계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3당의 합의만으로 개헌안의  본회의 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검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특검법개정안 조차 여야 교섭단체 합의가 안 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것이 작금의 정치권의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원내 1당인 민주당의 합의 없이 개헌안 표결 자체는 성립될 수 없는 셈이다. 

3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과거에는 개헌을 주장하다가 지지율 1등으로 올라서자, 개헌안은 차기 정부 과제로 넘겨야 한다고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4일 경남도의회를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연장, 정치적 이해관계에 입각해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차분하게 국민여론을 수렴하면서 개헌논의를 하고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대선 전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했다. 

대신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며 "2018년 6월 지방선거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평의원 시절이던 지난 2015년 2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선 "개헌이 필요하다"며 "지난 번 대선 때 저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올해가 임기가 중반이기도 하고 큰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개헌논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개헌론을 적극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에 개헌논의 함구령을 내리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자,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핑계 삼고 있는데 경제는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고 어렵지 않은 때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핑계 삼으면 개헌 논의는 언제든지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10%대 지지율에 그치며 대세론을 굳히지 못한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개헌이라는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 승부수를 띄우던 2007년 3월,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논의 자체를 반대하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집권 초 개헌 논의를 하면 엄청난 대립과 갈등 속에 국정이 표류하게 될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다." 

물론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여권도 자신들이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을 땐 개헌 논의 자체에 반대해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개헌 논의는 이처럼 정치인들의 '권력놀음의 도구'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