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펀드환매물량 매집… '코스피 랠리' 일등공신
외국인 펀드환매물량 매집… '코스피 랠리' 일등공신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23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개월간 4조원 순매수… "韓 주식 저평가됐다는 점이 매력"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을 대거 사들이면서 '코스피 랠리' 일등공신으로 부상했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개월간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조64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조2709억원과 9836억원어치를 팔아치워 대조를 보였다.

외국인이 개인과 기관이 쏟아낸 매물을 고스란히 사들인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966.05에서 2,102.93으로 7% 가까이 올랐다.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도 투자자들의 환매 행진 탓에 보유 주식물량을 줄여야만 했다.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 규모는 2조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작년 12월 8일 2,031.07로 마감한 이후 최근까지 2,00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등락을 반복하며 꾸준히 오르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이 기간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온 날은 4거래일뿐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코스피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됐다가 상승하면 차익실현을 노린 환매로 돈이 빠져나가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는 코스피가 박스권(1,900∼2,100)을 뚫고 나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주범이었던 셈이다.

이런 현상이 당분간 불가피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급상으로 주식형 펀드의 환매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 등 불확실성이 박스권 탈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증시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주식형 펀드가 환매 행진을 지속하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에 부담될 수 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 강도가 이전보다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금액이 7500억원 수준"이라며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에도 펀드 환매와 개인의 매도 물량을 최근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내 왔다. 이 때문에 코스피가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점을 최고의 매력을 꼽고 있다며 외국인 주도의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국(16.6배)뿐 아니라 MSCI신흥국(12.6배)에도 못 미친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이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코스피가 미국 증시 상승세에 동조화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기업 실적 개선, 경기 회복 조짐 등 긍정적인 요인도 외국인 주식 매수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전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세가 계속되는 데다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 등 유럽 지역 우려감이 경감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오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코스피가 계속 박스권에 갇힐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기업 실적 호조 등 기초여건 개선에 따른 '실적 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에 외국인 주도로 장기 박스권 탈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펀드 환매에도 외국인의 매수세만 받쳐주면 박스피 돌파가 가능하다"며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면 지수를 끌어올리는 충분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