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때리면서 일자리 창출 타령하나
[사설] 기업 때리면서 일자리 창출 타령하나
  • 신아일보
  • 승인 2017.02.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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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내 소비자 평가가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 조사기관 해리스 폴이 실시한 ‘2017년 기업 평판지수’에서 삼성전자는 49위로 밀려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는 지난해 7위에서 무려 42계단이나 추락한 것이다. 2014년 7위, 2015년 3위에 이어 2016년까지 3년 연속 10위권을 유지해온 삼성으로서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 데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가 주된 요인임에 틀림없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은 ‘품질 완벽주의’를 지향해온 삼성 제품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인으로 불러나간 점도 삼성에 대한 평가에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평판지수가 미국 소비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실시된 시점을 감안해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등 외신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에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며 몰아세우니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 부회장의 범법(犯法) 여부를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사태의 진실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의 구속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삼성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연매출 330조원을 기록하는 명실상부한 초일류기업이다. 그 영향력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태가 만연된 반(反)기업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 까 우려된다. 국내기업은 ‘기업보국’(企業報國)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핵심축이다.

한국경제 성장엔진이 갈수록 둔화하는 현실에서 반기업 정서 등 ‘기업 때리기’는 경제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암(癌)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또한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기업총수 구속은 국내 고용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경제 발전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데다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고용 시장마저 한파가 몰아닥친다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올해 신규 채용 및 투자계획을 확정한 그룹이 현대자동차, SK, 에쓰오일, 코오롱 등 4곳에 불과한 점도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최대그룹으로 해마다 3월에 그룹 공채 계획을 확정해온 삼성으로서는 총수 구속으로 신규투자 등 고용창출에 적극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위기로 투자, 고용, 수출 등 국내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검의 대기업 수사는 기업의 고용과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에 끝내야 한다.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고용시장이 타격을 입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부문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은 기업이다. 재계 1위 삼성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