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결국 사퇴… 혐의는 부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결국 사퇴… 혐의는 부인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7.02.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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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외면받고 묻혀버렸다… 임직원 부담 덜어드리는 것이 도리"
▲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문형표 이사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1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개시 이후 첫 구속자라는 불명예를 쓴 지 52일 만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문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긴급체포돼 구속된 이래 두달가량 이사장직을 유지해왔다.

문 이사장은 이날 국민연금 직원들에게 보낸 '사퇴의 변'을 통해 "계속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연금공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인 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그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결과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이사장은 구속된 이후에 휴가 처리 등을 하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날도 각종 의혹에 대해선 항변했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요청을 받은 바 없었다"며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토록 구체적·명시적으로 지시한 바도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진실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치 못한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은 외면 받고 묻혀버렸다"며 "오로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찬성했다는 결과만 부각돼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줄곧 제기됐다. 정치권의 압력에 복지부도 문 이사장의 면회를 신청하고 자진사퇴를 종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문 이사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과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은 서울 충정로 복지부 장관 서울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와 국민연금 이사회가 문 이사장에 대한 해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문 이사장의 변호인을 통해 사퇴서를 전달받는대로 수리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당초 복지부는 22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문 이사장을 면회해 거취 문제를 상의할 예정이었다.

문 이사장의 물러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복지부 장관에서 추천하는 방식의 선임절차를 밟는다. 복지부 장관은 최종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