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암살 우려에 공식활동 중단… 기존일정도 취소
태영호, 암살 우려에 공식활동 중단… 기존일정도 취소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02.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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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암살 위험 커… 北 지령 정황 잡힌 듯
▲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공사 (사진=연합뉴스)

영국에서 일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공식 외부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1일 연합뉴스는 정부 당국자를 인용, 국가정보원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태 전 공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외부 강연이나 언론사 인터뷰 등 공식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태 전 공사와 함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소속인 한 관계자도 태 전 공사가 지난 19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를 끝으로 공식 외부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암살지령 정황을 잡았을 경우에 보통 이런 조치를 한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당시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탈북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진행자가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물론이다. 왜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망명으로 "북한에 남아있는 형제들은 분명히 수용소로 끌려갔을 것"이라며 "밤마다 형제들이 수용소에서 고통받는 악몽을 꾸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MBC와 인터뷰에서는 북한 체제에 대해 "김정은은 한마디로 말하면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북한 김씨 일가의 세습통치만을 우해 존재하는 거대한 노예사회"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대남 매체들은 태 전 공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특급 범죄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1962년생으로 지난해 8월17일 영국 주재 북한 공사로 지내던 중 일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공사는 대사 다음 서열로,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은 인물로,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당시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 말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

태 전 공사는 이후 EU 담당 과장을 거쳐 10년 정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파견됐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을 이유로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당시 태 전 공사는 580만 달러(약 64억원) 통치자금을 가지고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의 망명에는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관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 독일 내 미국 람슈타인 공군 기지를 경유해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태 전 공사 등 주요 탈북 인사의 밀착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상황이다.

탈북민 남한 정착을 돕는 남북하나재단은 탈북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