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사설] 트럼프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2.20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조만간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트럼프의 적나라한 공격에도 불구,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향후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등 공세를 본격화하더라도, ‘타협’은 할지언정 ‘굴복’은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중국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보복성 관세 부여, 중국 진출 미국기업 제재, 미 국채 매도, 대미 직접투자 규제, 무력 대응 및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 등이 있다.

먼저 보복관세 부여는 미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미국의 중국행 수출은 연간 1162억 달러로 미국 전체 수출의 7.7%를 차지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함께 묶여 있는 캐나다, 멕시코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중국은 농산물, 항공기, 완성차 등 수입 비중이 높으나 대체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 및 보복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지도 변화를 부추길 수 있으며, 트럼프의 폐쇄적 정책을 기회로 삼아 유럽과의 국제공조 및 협력체계를 강화해 트럼프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실효성이 큰 방안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조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다국적 기업 매출비중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S&P 500 기준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31%이며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장비/부품, 화학, 자동차, 항공기 산업의 중국매출 비중은 10%를 넘는다. 개별 기업으로는 애플, 나이키, 맥도널드의 중국행 매출비중이 20%를 상회한다.

과거에도 중국은 미국과의 분쟁시 중국진출 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반복한 적이 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렇게 중국의 미국기업 제재조치는 트럼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밖에 미 국채 매도, 중국 기업의 미국투자 제한,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대치 등도 검토할 수 있으나, 이는 득보다 실이 더 큰 정책수단으로 실질적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도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여러 장 있는 만큼, 트럼프도 섣불리 행동하기 어렵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한 우리에서 공존하려면 서로를 인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은 불가피하지만, 적정 수준에서 타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중국, 일본, 독일 등 관련 국가는 환율조작국 지정 이전에 일정 수준의 합의점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과 갈등의 골을 키우기는 불편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 대만보다 G2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