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北용의자 4명, 추적 피하려 1만6천㎞ 도주극
김정남 암살 北용의자 4명, 추적 피하려 1만6천㎞ 도주극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2.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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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언론 “용의자들, 이미 평양 도착”… 현지 경찰, 4명 인터폴 수배
▲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북한국적용의자 4명의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리지현, 홍송학, 리재남, 오종길.(사진=말레이시아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김정남의 암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3개국을 옮겨다니며, 3박 4일 만에야 평양으로 복귀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비행기를 거듭 갈아타며 장장 1만6000㎞에 달하는 도주극을 벌였다.

20일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김정남이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피의자 두 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직후 말레이에서 출국했다.

신문은 이들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기를 탔으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범행 1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 이민국 대변인을 인용해 이중 리지현·홍송학·리재남 등 최소 3명이 범행 당일 밤 10시 20분께 에미레이트 항공 EK0359편을 이용해 자카르타에서 두바이로 갔다고 전했다.

현지 중문지인 중국보는 북한 국적의 남성 용의자들이 범행 이후 약 세 시간 동안이나 공항 출국장 대기실에 머물렀으며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범행장소와 인접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세 시간 뒤인 13일 정오께 인도네시아 수라바야행 라이온에어 여객기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용의자들이 일부러 3개국을 옮겨 다니면서 나흘 만에 평양에 도착하는 긴 우회노선을 택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레이에서 북한으로 가는 경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기 등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1∼2시간 거리인 인근 인도네시아로 일단 몸을 피한 뒤 북한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통상 이동거리의 세 배를 훌쩍 넘긴 최소 1만6000㎞에 달하는 우회 경로를 통해 17일 평양에 도착했다.

앞서 말레이 경찰은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앞서 검거된 리정철(46) 외에 리지현(33)·홍송학(34)·오종길(55)·리재남(57)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추가로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1월 31일부터 2월 7일 사이 각자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후 범행 당일인 13일 전원 수속을 받고 출국했다.

한편 현지 경찰은 이날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고 뉴스트레이트타임스(NST)가 보도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국장은 4명의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용의자 4명이 어디로 피신했는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