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 김정남 암살
[사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 김정남 암살
  • 신아일보
  • 승인 2017.02.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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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의 여파가 국내외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독살 가능성이 제기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첫 북한 국적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6)이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라는 것이다. 북한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는데도 이번 사건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19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북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검거된 리정철(46) 외에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로 이 가운데 리정철을 제외한 4명은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를 출국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외에 리지우 등 또 다른 북한인 3명을 사건 연루자로 추적 중이며 사인과 관련해선 확인되지 않았다며 독성 검사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국적의 용의자가 검거되면서 미궁에 빠져 있던 이번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권 소지 여성 2명만 체포된 상황에서, 불확실했던 북한 배후설이 리정철 검거 등으로 뚜렷해졌다.

북한의 최우방인 중국도 이날 북한산 석탄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중국의 신변보호를 받아온 김정남에게 중국이 경호를 붙이지 않은 점 등을 살펴 볼 때 북중 관계에 모종의 변화가 점쳐진다.

이는 앞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에 격랑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을 은폐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 이를 막기 위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절실하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에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 한 명은 “장난인 줄 알고 가담했다”는 황당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후를 숨기거나, 김정남 피살 자체를 단순 사건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여기에 인터넷과 SNS에는 황당한 주장들이 나돌고 있다. 우리 내부에 ‘김정남 독살 배후에 우리 정부가 있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거짓이 난무하다. 이런 식의 유언비어는 이미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이럴수록 냉철한 분석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세 분석과 투명한 소통은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에 놀아나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망국병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정치권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점증하는 안보위기에 냉정하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북한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로 안보와 직결해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더욱이 안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번 일을 안보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세력과 ‘대선 때면 나타나는 북풍(北風)’으로 몰아가려는 세력이 양립해 있다.

이미 북한 국적을 가진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 리정철 등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정파 이익을 위해 안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태도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뒤이어 대선이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중대한 시국이다.

이 위기를 이겨 낼 최선은 이념과 이해관계를 초월한 우리 국민의 대내 결속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