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육성책 시행 앞두고 보완 촉구 목소리↑
초대형 IB 육성책 시행 앞두고 보완 촉구 목소리↑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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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범위·대상확대 요구…금융당국 "의견 반영해 최종안 마련"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 시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증권업계의 육성책 보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단기금융, 종합투자계좌 등 업무를 새로 허용해 대량 자금조달의 길은 열렸으나, 법상 규제가 많아 막상 투자할 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의 초대형 IB 육성책을 올해 4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기준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단기금융 업무를, 8조원 이상에 종합투자계좌(IMA) 운용업을 각각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규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면 IB 육성책은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9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 달 초께 규개위에 안건이 올라갈 것"이라며 "그러면 원래 계획대로 4월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IB 육성책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반기며 본격적인 초대형 IB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초대형 IB 육성안에 따라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200% 한도 안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는 한도 없는 종합투자계좌(IMA) 등 허용으로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렇게 자본을 확보한 증권사들은 보수적인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하지 못하는 벤처나, 혁신 기업, 대규모 프로젝트에 모험자본을 공급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금융 의무 비율은 발행 어음 조달 자금의 50% 이상, IMA 조달액이 70% 이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두 배가량 자금을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고 신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업무에 쓸 수 있다"며 "벤처나 혁신 중소기업 등에 자본을 공급해주고 수수료 등을 받으므로 증권사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초대형 IB 육성책을 기다리면서도 자금운용 규제가 생각보다 강해 자칫 돈을 조달해놓고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 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발행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자금을 모아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에만 투자해야 한다.

현재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어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들 증권사가 어음발행으로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48조원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인 24조원이 잠재 기업금융에 쓰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자금의 투자 대상이 기업 직접 대출이나, 기업 발행 주식, 'A' 등급 이하 기업 회사채 매입 등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금액은 10%를 넘지 못한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인수금융 시장이 10조원에 못 미쳐 목표수익률을 달성 가능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행 어음의 기본 조달 금리를 2% 내외로 보면 통상 부도 위험을 고려해 2% 이상 수익이 날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더구나 우량 기업들은 자체 보유 자금이 넘쳐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않으려 하므로 등급이 낮은 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 투자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운 벤처 등 혁신 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만 투자하다 보면 증권사 입장에선 자칫 수익은커녕 위험을 키우거나 안정적인 최소 자금 확보가 어렵다"며 "일정 자금은 안정적으로 굴려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증권사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고려해 업무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행세칙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달 자금의 부동산 운영 규제를 완화하거나 기업금융 관련 자산 범위에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비상장주식 유통물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 자금운용에서 융통성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의견 수렴에서 투자 제한 등을 완화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업계, 유관기관과 논의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