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사일 도발 다음날 형 암살… ‘정권 불안정성’ 드러내
김정은, 미사일 도발 다음날 형 암살… ‘정권 불안정성’ 드러내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02.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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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반 취약 김정남 위협 인식… 친족 살해할 정도로 불안?
중국, 보도통제 나선 듯… 미국, 불안전성 보여준 것으로 진단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매체들은 공항 CCTV에 포착된,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단독으로 확보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지난 13일 용의자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쓰러뜨린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나기 직전의 모습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다음날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되면서 북한 내에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김정남에 대한 피살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배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9시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에 의해 살해됐다.

정확한 살해 방법 등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 등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정권 불안정성'을 표면적으로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김정남을 독살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그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해외를 떠돌던 김정남까지 살해해야 했던 것이라면 김정은 권력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불안정한 정권 속에서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위협으로 인식했고 친족을 살해해야 할 정도로 불안정 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의 경우 권력 승계 과정에서 자신의 이복형제인 김평일과 김영일 만큼은 해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김정남 피살이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진통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 김정남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김정남이 권력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매우 낮기 때문에 굳이 그를 암살해 현재의 복잡한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김정남 피살 하루 전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국제사회의 그간 다양한 제재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견고함을 강조하며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 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 사회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김정남 피살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은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북한은 이번 사안에 대해 조심스런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의 피살 소식에 국제사회도 술렁였다.

중국은 '친중파'로 꼽히던 김정남의 피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보도에는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게재됐던 김정남 암살 관련 기사는 모두 삭제됐다. 관영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人民網)에서도 관련 기사는 단 한 건뿐이다.

중국 당국이 보도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관영 언론 외에 다른 매체들은 김정남 사망에 대해 해외 매체들을 인용해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도에서도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없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요원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강력히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 내부의 불안정성 보여주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행체제 이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해당 정부부처의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황 대행은 "김정남 피살이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반인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북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북한의 추가도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