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승인 없이 김정남 제거 불가능”… 망명설·소환불응설 등 제기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은 치밀한 사전 계획 아래 북한의 공작원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 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청사에서 마카오행 항공편 탑승을 위해 수속을 밟던 중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남은 공항내 저가비용항공사(LCC) 전용 터미널에서 출국을 위해 셀프체크인 기기를 사용하던 중 여성 2명으로부터 미확인 물질을 투척 받고 사망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현지 매체 ‘더스타’는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김정남의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전했다.
이 액체는 치명적 독성 물질로 판단되며, 김정남에게 독성 물질을 뿌린 신원미상의 여성 2명은 북한 공작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과거부터 여성을 훈련시켜 공작원으로 활용했으며 지난 2008년 7월 우리 사법 당국에 체포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탈북자 위장 간첩 원정화가 대표적이다.
용의자 2명은 김정남을 암살한 뒤 공항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북한 정찰총국 소행 또는 김정은 추종세력의 과잉 충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찰총국은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기구로 요인 암살과 납치 등 테러 임무를 담당한다. 여성 공작원들도 독침 사용법, 산악 훈련, 사격 등 특수훈련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주로 마카오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해외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이복동생 김정은에게는 그런 김정남은 불편한 존재로 인식돼왔다.
김정은 체제에 급변 상황이 오면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정남이 김정은을 대체할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최고존엄’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눈엣가시’로 떠오른 이복형 김정남을 언제든지 살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정남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전후로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면서 살해위협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있었다.
2012년에는 북한 국가보위부가 평양의 김정남 세력 근거지를 습격했다는 얘기도 전해졌고, 한국이 김정남 망명 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직접적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고,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