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4일 상장사 주총 '우르르'…소액주주 참여 어려워
내달 24일 상장사 주총 '우르르'…소액주주 참여 어려워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14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개편 필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다음달 중·하순 금요일에 무더기로 열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들이 17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줄줄이 정기 주총을 연다.

주총일자를 확정한 유가증권시장 68곳과 코스닥시장 63곳 등 모두 131개 상장사 중에서 절반이 넘는 68곳이 다음 달 24일 주총을 한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상장사 68곳 중에서 절반이 넘는 36곳이 다음 달 24일 금요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코스닥 상장사 63개 중 32개사도 주총을 연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3월 중·하순 금요일에 무더기로 주총을 개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같은 날 주총이 몰려있으면 주주들이 물리적·시간적 제약으로 각사 주총에 참석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상장사들은 주요 의사 결정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고 계열사 주총을 같은 날로 잡기도 한다.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인터넷 투표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으나 활용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전자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자투표를 사용한 주주 비율은 평균 0.90%에 불과했다. 행사 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면 1.76%만 전자투표를 이용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예년처럼 감사보고서와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 결산 등 안건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거수기처럼 승인하는 사례가 난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상장사들의 주주친화 정책 확대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이번 주총 시즌에 삼성 등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 안건은 논의조차 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말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 중"이라며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최순실 특검 사태 등으로 이런 안건을 논의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주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안이 주총에서 논의되려면 벌써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안건이 상정돼야 하는데, 이번 정기 주총에선 다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 주총 시즌은 감사보고서와 배당, 결산, 정관 변경 등 통상적인 안건 승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과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등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려고 자율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작년 12월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가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상장사 주총에서 기관 등 주요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지배구조 개편"이라며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활성화하고 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게 하려면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법률적인 불확실성을 없애주기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