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쌓아두는 기업들…작년 은행예금 35조원 증가
돈 쌓아두는 기업들…작년 은행예금 35조원 증가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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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업의 이익 개선,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기업의 이익 개선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은행에 쌓아두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예금 잔액 1240조9736억원 가운데 기업이 예금주인 금액은 383조4597억원으로 30.9%를 차지했다.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은 1년 전인 2015년 말보다 35조4043억원(10.2%)이나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2010년(52조523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율은 가계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은행 예금에서 가계가 보유한 금액은 580조7260억원으로 1년 사이 21조5264억원(3.8%) 늘었다.

기업의 예금 증가액이 가계보다 13조8779억원 많았던 셈이다. 가계를 웃돌기는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가계 예금의 증가액은 2013년 30조9066억원에서 2014년 28조8379억원, 2015년 28조6598억원, 지난해 21조5264억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반면 기업이 보유한 예금 증가액은 2012년 7조6871억원에서 2013년 7조7863억원, 2014년 10조5101억원, 2015년 26조7894억원, 지난해 35조4043억원으로 4년째 늘었다.

가계와 기업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보통 가계는 은행에 저금을 많이 하고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경제 주체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2.4%로 2009년(-7.7%) 이후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최근 저유가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다른 한편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수익을 많이 내면서 '곳간'이 넉넉해진 일부 기업의 자금이 저금리에도 꾸준히 은행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은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7∼9월) 비금융법인 기업들이 운용한 자금에서 빌린 돈을 뺀 '자금잉여'는 4조5000억원이다.

한은이 2008 SNA(국민계정체계) 기준으로 자금순환 통계를 작성한 이후 비금융법인기업의 여유자금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익이 투자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기업의 이익 개선이 구조적 요인에 의해 고용이나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수출의 '낙수효과'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