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전쟁' 속 손발 묶인 한국 외환당국
트럼프發 '환율전쟁' 속 손발 묶인 한국 외환당국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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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락에도 조작국 지정 우려에 '미세조정'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 속에서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였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대상 등을 결정할 '4월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달러화가 너무 강세여서 미국 기업들이 경쟁할 수가 없다"며 '달러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취임 직후엔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환율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이를 막기 위해 경제·외교전을 펼치며 자국 이익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대통령 탄핵 국면 등 정치 불안으로 대미 통상외교가 실종상태인 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해도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쏠림을 막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4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예정인데 한국은 작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올해 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환율조작국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한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초과의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지정된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2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상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 당국이 변동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미세조정을 해왔지만 최근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있어 시장 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점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통상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도 10원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도 평균 7.7원(0.65%)이 급등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였고 전날 종가와 비교한 변동 폭도 평균 7.1원에 달했다.

이렇게 환율이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동하면서 주요 수출기업들은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수출은 작년 11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최근까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이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완성차 5사의 연간 수출 매출액이 약 4000억원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또한 마땅치 않아 원화 강세에 대한 거시적인 대응력이 떨어졌다"면서 "시기적으로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가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