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사상 최악인데… 정부·국회 수수방관
취업난 사상 최악인데… 정부·국회 수수방관
  • 김가애·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2.0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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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8곳, 경기불황에 신규채용 ‘부담’
실업자 101만명 넘어… 임금인상 7년만에 최저
정부운영 협의체 10여개… 국민 체감은 '글쎄'

우리 경제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연초 국면 전환을 꿈꿨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취업률은 최악에 치닫고 있지만 기업의 채용문은 닫혔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은 조기대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 좁아지는 취업문… 10대그룹 채용 안갯속

9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와 최순실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쉽사리 채용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공채가 시작되는 3월이 바로 코앞이지만 10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만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2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채용이 뒷전으로 밀렸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채용규모를 종합해 다음 달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그룹 차원에서 채용 규모와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고용부 조사에서는 올해 기업들은 상반기 대졸 공채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줄일 예정인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서는 기업 10곳 중 8곳은 경기불황으로 신규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제활동인구 줄자 소비심리 최악

실업자가 늘면서 돈을 써야하는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점 또한 문제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지난해 9.8%로 증가했다. 총 실업자수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최대 고용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4분기 11만명이 줄었다.

임금인상도 더뎠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협약임금인상률은 3.3%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첫 해이자 IMF 위기가 시작된 직후인 1998년(-2.7%)과 그 이듬해(2.1%)에 이어 연간 단위로 네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같은 상황은 곧 소비심리 위축, 이에따른 민간소비 둔화로 이어졌다.

1월 소비자물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속에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하며 4년 3개월만에 2%를 찍었다.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도 각각 2.4%, 12%씩 상승했다.

물가상승에 소매판매까지 위축되며 '내수절벽'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 뾰족한 수 없는 정부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탄핵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민생을 구해야 할 정치권은 머지않아 대선을 앞두고도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경제관련 협의체는 '경제현안점검회의',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물가관계 차관회의' 등 굵직굵직한 것들만 1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추진력과 실행력이 크게 떨어져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전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었으나 이례적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정부 정책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달 중으로 체감도가 높은 민생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김가애·강태현 기자 gakim@shinailbo.co.kr,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