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美 한국 무역지도 바뀔까?
美→中→美 한국 무역지도 바뀔까?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7.02.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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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수출 여건 악화, 트럼프 보호무역 강화… 대미 교역 의존도 ↑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대한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트럼프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밝히고 있어 국내 산업계가 자의반 타의반 대미 수출 강화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에는 틀림없지만 최근 각종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의 무역지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중국 수출 평균 증가율은 7.4%로 전반기(1~6월) 평균 증가율 14%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지난 1월 수출 증가율이 41개월만에 두자릿수로 돌아섰지만, 대중국 수출 성장세가 꺽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대표 표적인 수출형 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는 창원의 지난해 수출 실적에서도 중국은 12.8% 감소했고 반면 미국은 14.1%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 성장세가 부진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중국의 경제 애국주의라는 분석이 많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토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 발표 이후 노골적으로 국내 주요 산업을 목표로 한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다. 한류컨텐츠, 화장품, 각종 소비재에 대한 수입불허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반독점법을 강화 지침을 밝혔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등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 정부가 LG화학을 비롯한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대표적인 경제 보복의 예다. 이때문에 현대차의 중국 생산·판매법인인 북경현대(BHMC)는 쏘나타 친환경차 PHEV 출시를 내년 2월로 미뤘다.

한국 산업계는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애국주의와 경제보복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2대 교역국인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자의반 타의반 미국으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내 생산공장 신설 계획을 밝혔으며, 현대기아차도 향후 5년간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9년만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재가입도 신청했다.

한국타이어는 총 8억달러가 투입된 미국 공장이 올해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에 맞춰 1200여명의 직원들도 고용하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작년 5월 총 4억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400만본 생산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약 400명이 근무하는 이 공장은 주로 초고성능(UHP) 타이어를 현대·기아차와 크라이슬러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향후 단계적으로 연간 1000만본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액도 크게 증가했다.

8일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액은 69억4000만달러로,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 투자액을 빼더라도 2011년 73억1000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4년 55억9000만달러, 2015년 56억6000만달러, 2016년(1∼3분기) 69억4000만달러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대중 수출 규모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출 의존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단, 국내 자본의 대미 투자가 확대되고 주요 기업들의 시설이 미국에 지어지는 것은 교역량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정원 기자 garden_b@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