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서워서 청약 하겠나?
[기자수첩] 무서워서 청약 하겠나?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2.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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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하는 순간은 이미 늦은 것이다. 의도야 어떠했든 법과 제도는 '실수'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이는 정책과 제도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1.3부동산대책이 시행된 후 깐깐해진 제도의 그물망에 아차하는 순간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근래 들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11.3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다.

투기수요가 몰리며 '집값 급등'·'청약 과열' 등의 수식어가 당연스레 따라다니던 지역들이 최근 '하락'이나 '냉각'이란 단어와 더 친해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의 취지로 내세웠던 '실수요 중심 주택시장 재편'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아파트를 청약했다가 덜컥 당첨돼버린 '부적격 당첨자' 수가 11.3대책 전 보다 3배 가량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적격 당첨자들은 이후 1년간 청약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이 중엔 강화된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상황을 잘 못 파악한 실수요자도 상다수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약자 본인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매일 부동산 기사를 쓰는 기자도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실수요 중심 주택시장 만들기에서 나아가 실수요자 당사자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11.3대책이 무서워서 청약할 엄두가 나지 않는 제도가 돼버리면 않되지 않겠는가?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