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시대변화에 부합되는 공시지가제도를 바란다
[기고칼럼] 시대변화에 부합되는 공시지가제도를 바란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2.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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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준 한국감정원 부연구위원
 

과거 우리나라는 공적지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행정기관별 기능 및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지가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기·다원화된 공적지가는 대상토지별 이중 가격과 중복업무 등으로 불신과 민원의 대상이 됐고, 그로 인해 행정의 비효율성과 예산낭비까지 초래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89년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적지가체계를 공시지가로 일원화하고, 이를 공정과세 및 부동산 투기방지의 기초정보로 활용했다.

공시지가의 도입은 다원화된 공적지가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하고, 각종 조세 및 부담금의 형평성을 확보해 공평과세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30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한 지금도 시가와의 괴리, 지가의 불균형성 등 신뢰성 및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무엇보다 조사·산정체계가 시대적 요구와 환경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흔히 표준-개별방식으로 일컫는 지금의 공시지가산정체계에선 매년 50만 표준지에 대한 표준지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하고, 이를 기초로 지자체 공무원이 개별 필지의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전반의 전산화와 정보화 환경이 미비했고, 시장가격을 포착할 수 없었던 시기 최선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제도와 정책은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해 나갈 때 비로소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듯이, 공시지가제도 또한 시대적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진화돼 나갈 때 제도의 본질적 기능 및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 공시지가제도를 둘러싼 환경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도의 도입으로 연평균 약 220만건의 실거래 가격자료가 축적되고, 각종 부동산종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는 등 과거의 인적 중심 아날로그 환경에서 컴퓨터 및 IT기술 기반의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됐다. 최근에는 기계와 제품이 지능을 가지고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이 같은 행정환경의 변화와 사회적 대변혁에 다른 공시지가제도 개선의 필요성 및 요구는 보다 더 확대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감정원에서는 공시가격 현장조사 모바일 앱과 e-시세정보시스템,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부동산가치산정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전산화와 정보화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변화와 환경에 부합하는 공시지가제도의 구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와 복지, 부동산 등 60여개 행정 분야의 기초정보로 활용되고 있는 공시지가의 적정성 및 신뢰성 제고는 특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제도운영의 주체인 정부를 비롯해 학계 및 전문가들의 지혜와 노력이 더해진 공시지가제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김봉준 한국감정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