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오류 653건… "사실 왜곡 수두룩"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오류 653건… "사실 왜곡 수두룩"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7.02.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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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오류 195건·부적절한 서술 328건·편향된 서술 113건
역사교육연대회의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해야"
▲ 역사교육연대회의가 4·19 혁명 관련 설명이 이승만 정부를 옹호하는 쪽으로 편향되게 서술돼있다고 지적한 부분.(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서 고등한국사에만 650건이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는 역사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44억 원의 예산을 들여 760건을 수정하고도 교과서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역사문제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7개 단체가 모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국정교과서 고등 한국사 최종본에서 사실 오류 195건, 부적절 서술 328건, 편향서술 113건, 비문 17건 등 총 653건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연대회의가 찾아낸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기술 오류는 195건의 사실 오류를 비롯해 △부적절한 서술 328건 △편향적 기술 113건 △비문 17건 등 총 653건이다.

역사적인 사실과 명백히 다른 '사실 오류'로는 임시정부 인사인 김규식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인 예다. 교과서 212쪽에는 '임시 정부는… 김규식을 전권 대사로 임명하고 파리 위원부를 설치하여 임시 정부의 승인과 한국의 독립을 위한 외교 활동을 전개하도록 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김규식이 임시정부 전권 대사로 임명됐다는 자료는 없다"며 "임시정부는 김규식을 외무총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민립대학 설립 운동의 목표를 다룬 218쪽에서는 안창호의 '동지들에게'라는 글이 일부 실렸다. 연대회의는 이 글이 교과서 내용과 상관 없는 부적절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창호의 이 글은 민립대학 설립 운동과는 무관하다"며 "글 자체가 민립대학 설립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21년에 쓴 것"이라고 했다.

또 연대회의는 80쪽 '고려의 성립과 발전' 단원에서 태조가 후삼국 통일 이후 조세감면을 했다고 기술돼있지만, 태조는 후삼국 통일(936년) 이후가 아닌 건국(918년) 직후부터 조세감면을 했다고 밝혔다.

1785년 편찬된 '대전통편'에 관해서는 137쪽, "법령과 법전이 따로 나뉘어 이용이 불편하였으므로 이를 통합하여 '대전통편'을 간행했다"고 서술돼있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대전통편'은 법령과 법전을 통합한 것이 아니라 '속대전'을 보완한 법전"이라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 왜곡 혹은 미화, 생략 등을 한 편향 서술도 많았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대해선 261쪽,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이 병사하자 이승만은 단독 후보로서 당선이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유고 시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공권력을 동원하여 3.15 부정 선거를 자행하였다"고 기술돼있다.

연대회의는 이에 대해 "3.15 부정선거에서 이승만 책임을 면제시키고 이승만을 옹호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승만은 조병옥 후보가 병사하기 전인 1959년 3월 최인규를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6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토록 지시했고, 12월에 조기 선거 담화를 발표해 최인규가 3월 15일 선거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조 후보 사망을 대신하는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없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선거를 총지휘했고, 자유당 지시를 받으며 정부가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연대회의는 "모든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겠다"며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교육부의 '빨간 펜'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교육부가 내년부터 국·검정 혼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고, 편향과 부실 우려가 불 보듯 뻔한데도 6개월 안에 검정본을 완성해 제출하도록 한 조치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