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들 안전' 서울시에 맡겨도 되나?
[기자수첩] '아이들 안전' 서울시에 맡겨도 되나?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2.0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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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베일에 휩싸인 사건현장을 조사하는 형사라도 된 냥 무너진 건물의 잔재 속을 들여다 봤다. 간간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안에선 숨어 있던 범인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난 설 연휴 서울시 한강로2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부지 철거현장에서 기자가 받은 느낌이다. 쌀쌀한 날씨에 비인지 눈인지 모르는 것이 바람에 흩어지고 있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곳은 위험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재가 널부러져 있고, 건물 지하층 이었던 곳으로 보이는 장소는 2미터 정도 깊이의 웅덩이가 돼 있었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 몇 채도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 곳이 초등학교와 바로 붙어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안전사고와 청소년 탈선, 범죄의 장소가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처럼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는 한 마디로 '안전 무방비 도시'였다. 아무리 연휴라지만 관리자는 물론 안전시설, 안전문구 조차 전무했다. 그나마 철거하다 남은 건물 벽에 빨간색 락카로 쓰여진 '붕괴위험'이란 글귀가 고마울 정도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현장 상황을 알려줘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 인근 초등학교 관계자의 태도와는 상황을 인식하는 온도차가 컸다.

서울시는 올 초 발생한 낙원동 철거현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건축물 철거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한강로2가 초등학교 옆 철거현장이 제도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