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설…실종된 소비심리
꽁꽁 얼어붙은 설…실종된 소비심리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1.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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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양말 등 저가품 인기…차례상 차리기 부담

김영란법 시행과 AI확산으로 인한 '계란 대란' 등으로 2017년 설의 모습은 예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맘때면 소비자들을 맞느라 바빴던 백화점은 뚝 끊긴 발길로 한산한 모습인데다, 설 선물 구입 추세도 확실히 변했다.

◇ 설 선물 한우·굴비 지고 양말 등 저가품 인기

올해 설 선물 시장에서는 한우, 굴비, 과일 등 고가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반면 양말 등 5만원 미만의 저렴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백화점 선물세트 매출만 봐도 알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설 선물세트 가운데 가격대가 높은 축산(-9.5%), 청과(-8.8%), 굴비(-23.3%) 등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5만원 이하가 대부분인 가공식품·생필품 선물세트 매출은 37%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도 5만원 이하 실속형 상품만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인 5만원짜리 굴비세트는 준비된 물량이 이미 매진돼 추가 주문을 하는 상황이다.

중저가 선물세트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에서 5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6% 늘었지만 5만원이 넘는 상품 매출은 27.6%나 감소했다. 그 여파로 전체 설 선물세트 매출도 3.2% 줄었다.

과일(-15.4%), 축산(-18.9%), 수산(-16%) 등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군 매출이 부진했고, 조미료(1.2%), 통조림(6.3%), 건강식품(5.0%), 양말세트(3.9%) 등 저가 상품군은 잘 팔렸다.

롯데마트에서도 한우 매출(-15.6%)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싼 수입육은 4.7% 증가했다. 수산(-13.1%), 주류(-4.6%) 등도 부진했다. 반대로 양말(105.7%), 가공대용식(8.4%) 등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설 선물 매출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설 선물 매출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며 "저렴한 선물세트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뛰는 물가에 차례상 차리기 부담

설을 앞두고 AI확산 여파로 수입산 계란이 유통될 만큼 '계란 대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농수산식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주부들은 어느 해보다 설 차례상을 준비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지난 17일 기준으로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했을 때 전통 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했을 때는 25만3000원, 대형 마트에서는 34만원이었다.

한국물가협회가 설을 앞두고 과일류·견과류·나물류 등 29개 차례용품에 대해 전국 6대 주요 도시의 전통시장 8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4인가족 기준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은 20만6020원으로 지난해 19만5920원보다 5.2%(1만1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총 29개의 조사품목 중 달걀 등 17개 품목 값이 오른 반면 하락한 품목은 12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차례상에만 올릴 음식을 직접 만드는 대신 필요한 만큼 완성품을 사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는 대형 마트에서 전·튀김·산적류 냉동식품을 사서 구워 올리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차례상에 올리는 오색꼬지전 6개를 직접 이마트에서 쇠고기·버섯·파·우엉·계란 등을 사서 부칠 경우 지난 19일 기준 2만1950원으로 이마트 피코크 제품(380g·6980원)보다 1만4970원이나 비쌌다.

한편,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작년 12월보다 0.8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