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큰 별'지다… 민음사 박맹호 회장 별세
출판계의 '큰 별'지다… 민음사 박맹호 회장 별세
  • 박선하 인턴기자
  • 승인 2017.01.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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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발굴·시집 대중화·세계문학·학술서적 소개 앞장

▲ 2012년 출판인생 50년을 돌아보는 자서전을 내고 소회를 밝힌 박맹호 회장. (사진=민음사 제공)
“사람은 책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거요.”

대표적인 출판 1세대로 한국출판계의 ‘거목’인 민음사의 박맹호 회장이 22일 오전 0시4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충북 보은군 보은읍 비룡소에서 사업을 하는 부유한 가족에게서 태어난 박 회장은 어린 시절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맹 롤랭의 ‘베토밴의 생애’ 등 외국 문학 읽기를 즐겼다.

커서 소설가를 꿈꾸던 그는 1952년 서울대 문리대 입학해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나, 자유당 독재정권을 희화한 소설이라는 이유로 차석으로 밀려나 발표되지 못했다.

이 일을 계기로 박 회장은 소설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출판업자가 되기로 결심해 33세 때인 1966년 민음사를 창업한다.

출판사 이름인 민음사는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의미로 당시 국내 책 시장에 판을 치던 일본책을 몰아내고, 우리의 얼을 담은 서적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담아 박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

민음사가 처음 펴낸 책은 신동문이 번역한 ‘요가’ 일본어판으로 당시 1만5000권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후 민음사는 수십 년 동안 ‘세계시인선’으로 외국 저명 시인들을 소개하고 ‘오늘의 시인총서’로 현대 시인들을 발굴하며, ‘오늘의 작가상’으로 이문열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배출했다.

특히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김광규, 이성복, 황지우, 최승호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1988년에는 이문열의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등을 출간하며 중국 고전 읽기 돌풍을 일으켰다.

대표적 일본 글쓰기 방식인 세로쓰기를 과감히 탈피하고 책 편집을 가로쓰기로 바꾼 것도 박 회장이 처음이었다.

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책을 사랑하다, 책을 만들다, 그리고 사라졌다’라는 말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장녀인 상희씨(비룡소 대표), 장남 근섭씨(민음사 대표), 차남인 상준씨(사이언스북스 대표)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6시다.

한편 빈소엔 안팎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현종·신달자·도종환·문정희 시인과 성석제·하일지 소설가, 김병익·정과리 문학평론가 등 문인들, 고인이 절친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도 잇따라 조문했다.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도 빈소를 찾았다.

[신아일보] 박선하 인턴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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