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단체 "이재용 영장기각 판사에 박수… 탄핵시 폭동"
굵은 눈발이 날리며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13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와 동시에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도 한층 격해진 분위기로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어 격랑 속에 빠진 탄핵 정국을 여실히 드러냈다.
◇ 촛불민심 "재벌이 뇌물죄 몸통… 블랙리스트는 헌법 위반"
전국 2300여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도 지난 12차 촛불집회보다 많은 32만명(전국 35만명, 주최 측 추산)이 광장에 집결했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처음 열리는 집회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공작정치와 예술 탄압으로 규정한 문화예술인들의 규탄 발언과 함께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등도 요구했다.
독립영화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모든 국민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 헌법 22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은 박근혜 최측근이므로 박근혜도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에서는 '용산 참사 8주기'를 맞아 철거민과 노점상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는 사전행사도 진행됐다.
촛불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50개 도시에서도 개최됐다. 설 연휴인 28일에는 집회가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 친박단체 "증거도 없이 대통령 탄핵" 주장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 등 친박 단체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과 청계광장 등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증거도 없이 대통령을 탄핵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탄핵 심판이 여론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본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일제히 환영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촛불이 두려워 잘못 판단할 수 있다"면서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 세력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125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방지를 위해 1만5000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두 집회는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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