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운명은…"金, 장관 보고 받아"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운명은…"金, 장관 보고 받아"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7.01.20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스트 관여자 4명 중 3명 구속…'혐의 소명·증거인멸' 쟁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20일 열리면서 여론의 관심은 다시금 법원으로 쏠리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급제동을 건 법원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검 수사 대상자들 가운데 이 부회장이 가장 거물급 재계 인사라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정·관계 최고위급이다.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세로 꼽혔다.

이 때문에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영장심사 결과는 이 부회장에 못지않게 특검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전 실장의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혐의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을 이미 상당수 확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작년 12월 26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에 관해 모른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그가 재직 시절 김 전 장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 전 실장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진행 상황 등을 보고하고 김 전 실장에게서 지시도 받았다는 취지로, 사실일 경우 김 전 실장의 '지휘'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다.

김 전 실장은 수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있다.

특검팀이 김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사설 폐쇄회로(CC)TV 영상, 서류, 휴대전화 등은 상당량의 정보가 삭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도 17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증거인멸 가능성은 도주 우려와 함께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중요한 사유다.

특검팀은 조 장관에 대해서도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시절인 2014년 6월∼2015년 5월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블랙리스트의 '산실'로 의심되는 곳이다.

다만 특검팀은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지만, 조 장관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법원이 혐의 부인의 고의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로 활동했던 법률가인 조 장관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방어권 보장 측면을 중시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앞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선 4명에게 영장이 청구돼 3명의 영장이 발부됐다.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비서관은 구속됐다. 김상률 전 청와대 수석은 구속을 면했다.

다만 법원이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영장심사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영장심사 결과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팀도 조 장관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혹의 정점에도 결국 박 대통령이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