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정체 장기화…일본 쇠퇴 전철 따라가나
백화점 매출 정체 장기화…일본 쇠퇴 전철 따라가나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7.01.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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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백화점 작년 매출 2% 성장…"다른 채널 연계 등 노력 필요"
▲ 서울 한 백화점이 썰렁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백화점이 장기 불황에 빠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던 일본 백화점의 전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직 공식 결산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최대 2% 남짓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1월 롯데백화점 누적 매출(기존점 기준·아웃렛 포함)은 전년(2015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지만, 정국 혼란 등의 영향으로 12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간으로는 2% 남짓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모두 9%대에 이르던 롯데백화점 연간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2년 2.1%로 추락한 뒤 △ 2013년 3.9% △ 2014년 1.5% △ 2015년 1.0% △ 2016년 2%대(추정) 등으로 회복의 기미가 없는 상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매출 성장률을 2%대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 성장률 역시 2012년(3%), 2013년(3.2%) 3%대로 떨어졌다가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등까지 겹쳐 1.2%, 0.5%까지 곤두박질쳤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1~11월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6% 수준이지만, 서울 강남점이 작년 8월 영업면적을 50% 이상 늘린 채 재개장했기 때문에 실적 개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세계의 연간 성장률은 2011년 12.5%, 2012년 7.4%에서 갑자기 2013년 2%로 급락한 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 0.1%, 0%로 성장이 멈춰 섰다. 물가상승률 등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과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118조1천384억 원 규모로, 전체 산업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제조업(32.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일본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2013년 68조6866억엔으로 전체 산업 총부가가치의 13.3%를 차지, 역시 제조업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일본 백화점은 장기 불황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백화점 매출액은 1997년 9조1924억엔에서 16년 연속 감소해 2012년 6조1453억엔까지 줄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2013년에는 잠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한국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최근 들어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백화점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슈퍼마켓(GMS)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사례와 직접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김 실장은 "백화점들은 일본처럼 장기 쇠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복합몰 등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거나 다른 채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