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트럼프 '미국 공장 압박' VS 고민 깊은 '한국 산업계’
[초점] 트럼프 '미국 공장 압박' VS 고민 깊은 '한국 산업계’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7.01.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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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호무역주의로 압박… 韓 고용 감소 우려
현지 시설 구축 시 국내 생산 감축 불가피

정부가 올해 1분기에만 일자리 예산 3조3000억원 을 집행하기로 하는 등 일자리 대책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지 않으면 엄청난 관세를 물리겠다"며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 등을 확대할 경우 국내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주요 기업들의 한국 소재의 핵심 생산시설의 위상 변동은 물론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내 생산공장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트럼프 경제정책을 우회할 전략을 찾는 중이다.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내에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면 그동안 미국 수출제품을 생산하던 기존 국내외 공장에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창원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는 이보다는 제품 '생산지' 문제가 LG전자 창원공장에 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 측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한미FTA를 폐기하거나 협상을 통해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고품질에 '무관세' 가격 경쟁력이 있는 창원공장 산 냉장고, 세탁기 수출에 당장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창원공장은 연구개발 기능까지 확보해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7일 미국에 5년간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지만, 신규 공장 건설에 대한 결정은 유보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공장 확대는 자칫 국내 생산 설비 감축으로 이어져 민감한 노사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한국 정부가 일차리 정책을 최대의 과제로 내세운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미국에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2003년과 2006년 두 공장을 짓는데 각각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와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가 들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에 연간 1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73만대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67만대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구조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생산을 늘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수출 물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감축 상황 또한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정원 기자 garden_b@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