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선 혈연’ 최순실·장시호, 첫 재판부터 “네 탓이오”
‘갈라선 혈연’ 최순실·장시호, 첫 재판부터 “네 탓이오”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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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시호가 영재센터 실질 오너” vs 장 “공소사실 인정”
김 “삼성 후원금은 대통령 뇌물… 난 강요 아니므로 무죄”
▲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오른쪽)가 17일 오전 첫 정식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조카 장시호(38)씨가 법정에 마주한 첫날부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김 종 전 차관은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장씨와 최씨,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첫 공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장씨가 영재센터의 실질적인 오너였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증거로 채택된 영재센터 사무국장 A씨의 진술서를 제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A씨는 검찰에서 ‘영재센터에 장씨 권유로 입사했고, 영재센터 직원들의 급여를 장씨가 지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장씨가 지난해 3월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 ‘더스포츠엠’ 대표이사 B씨도 검찰 조사를 받으며 ‘(더스포츠엠에) 입사할 때 영재센터 사무실에서 면접을 봤고, 면접 자리에 장씨가 참관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장씨가 영재센터 일과 관련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직원들이 장씨를 ‘이사님’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최씨 측은 이 같은 진술 내용을 토대로 “장씨가 매주 2∼3차례 영재센터와 더스포츠엠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등 두 법인의 실질적인 오너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들을 압박해 삼성전자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총 18억28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를 받는 최씨가 장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씨 측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도와달라고 (김 전 차관에게) 부탁했을 뿐 장씨와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 변호인은 “장씨와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씨가 ‘은퇴한 선수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동계스포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알려 이에 공감한 최씨가 설립 과정에서 조언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에게 운영에 관해 기업 후원을 알아봐 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을 지목하거나 의무에 없는 일을 행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조언하고 돕거나 알아봐 달라고 말했을 뿐 기업에 강요하거나 직권남용 범죄에 가담·공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장씨 측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장씨가 영재센터 후원금 관련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최씨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특검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이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지원된 것임이 드러났다”며 김 전 차관의 무죄를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조준한 삼성-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의혹에 부합하면서도 자신의 강요 혐의는 부인하는 발언이다.

이는 특검팀이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430억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처벌 수위를 낮추고 ‘삼성 수렁’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차관 측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금 2억원을 내게 한 혐의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GKL 대표에게 영재센터를 후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건 사실이지만, GKL 사회공헌재단은 공익을 위해 설립된 재단인만큼 재단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최씨 등 세 사람이 동의한 증거 조사를 마쳤다.

오는 25일 2차 공판에선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과 이모 상무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다.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사장을 압박해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를 받는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에 압력을 넣어 영재센터 후원금 2억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