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현금 100조 육박…예금회전율은 '최저'
시중에 풀린 현금 100조 육박…예금회전율은 '최저'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1.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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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발행량 최대치…국내외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위축'
▲ (신아일보 자료사진)

시중에 풀린 현금이 역대 최대 규모인 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금회전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려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총량을 의미하는 화폐발행잔액은 작년 말 현재 97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말의 86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0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통화량 증가의 대부분은 지폐가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발행 8년 차인 5만원권이 최대 공신이다.

작년 1년간 5만원권 발행량은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 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한은은 그동안 늘어난 고액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5만원권의 발행량을 급속히 늘려왔다.

5만원권은 작년 1년간 11조원이 환수됐고 연말 현재 잔액은 75조8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에 달했다. 작년 말 5만원권의 잔액은 1년 전보다 11조5000억원 늘었다.

잔액을 1년 전과 비교해보면 5만원권만 늘었을 뿐 여타 지폐와 동전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1만원권 지폐는 작년 말 잔액이 1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원이 줄었다.

5000원권은 1조3000억원, 1000원권은 1조5000억원으로 1년 새 큰 변동이 없었고 동전의 잔액도 별 변동이 없었다.

현금뿐 아니라 예금잔액 등을 합친 광의통화(M2)는 작년 11월 말 현재 2406조3935억원(평잔·원계열 기준)에 달해 2400조원 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잘 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역대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하는 효과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작년 11월 현재 16.7로 집계돼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작년 3분기 현재 0.69까지 하락해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이었다.

예금회전율도 작년 11월 현재 3.8회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는 0.2회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3회,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1.2회였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금회전율이 떨어진 것은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 공급해도 주로 은행에 예금할 뿐 이를 꺼내 쓰지 않는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불안에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극심하게 위축된 현상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기업의 구조조정, 고용 사정 악화가 소비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