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 넘겨받은 재판부에 거는 기대”
[데스크 칼럼] “공 넘겨받은 재판부에 거는 기대”
  • 신아일보
  • 승인 2017.0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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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

 
삼성그룹이 오너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화 하면서 삼성은 당혹감을 넘어 초긴장상태에 빠졌다.

삼성은 창립 이래 오너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6년과 2009년 비자금 사건으로 두 차례 모두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역시 삼성”이라는 불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었다.

이같은 전례 때문인지 박영수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삼성임직원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실제로 영장이 청구된 16일 오후 삼성임직원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룹의 주요핵심전략부서 뿐만 아니라 일반직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의 매출규모는 연간 270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7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삼성은 특검 조사 등으로 당장 사업 재편과 임원 인사,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챙겨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책임져야 하는 핵심 지도부의 집단 경영 공백 사태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장단 인사와 계열사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상반기 목표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중단된 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수십년간 쌓아온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신인도 하락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이번 사태를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대외 신뢰도 하락과 연결시키고 있어 막대한 이미지 손실이 우려된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 부회장 영장청구로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 확대도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이번 특검의 결정으로 SK와 롯데, CJ, 현대ㆍ기아차 등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들 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 결정이나, 수십조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 글로벌 M&A, 신규인력 채용 등 모든 기업 활동은 사실상 정지된다. 특검의 고민에 국민들이 주시했던 이유다. 재판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