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술에 배부르랴'
[기자수첩] '첫 술에 배부르랴'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7.01.1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십 대 일에서 수백대 일에 달하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매주 쏟아지던 최근 1~2년간의 주택 시장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분양된 신규 단지에서 청약 미달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의례 어려운 업계 상황에 대한 업자로서의 아쉬운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새해부터 청약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달 첫 신규 분양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서 크게 낮아지거나 미달 사태를 빚는 곳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신도시 중 대표적인 청약 광풍 지대로 손꼽히던 동탄2신도시에서 신규 공급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 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의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어 부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에서 이달에 신규 공급된 단지들은 청약 정원을 채운 곳이 드물었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금지나 청약 1순위 조건을 까다롭게 강화한 11.3부동산대책이 지난해 본격 시행되면서 청약 시장에서는 투기 수요가 썰물 빠지듯 빠지고, 실제 내 집 마련의 목적으로 소중한 청약통장을 소진하는 실수요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업자 입장에서 청약 경쟁률이 미달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11.3 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청약 시장에 대해 위와 같은 긍정적인 시그널도 분명 감지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오랜 속담처럼 잠시의 시장 침체에 대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11.3대책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을 건전하게 변화시키는 정부 시책이 되길 희망한다.

[신아일보] 임진영 기자 imyoung@shinailbo.co.kr